2026년 5월 9일 (6)
재계 5위 오른 한화, ‘방산·조선’ 날개 달고 판 바꿨다 [기업 X-RAY]

재계 5위 오른 한화, ‘방산·조선’ 날개 달고 판 바꿨다 [기업 X-RAY]

승인 2026-05-07 06:00:06
서울 장교동 한화빌딩 사옥 본사. 한화그룹 

한화그룹이 재계순위 ‘빅5’로 발돋움했다. 지난 1952년 창사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뚝심 있게 밀어붙여 온 그룹의 모태인 방산 산업이 빛을 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7일 공정거래위원회의 ‘2026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결과’에 따르면 한화는 롯데와 포스코를 제치고 재계 5위로 올라섰다. 한화의 자산총액 149조6050억원, 계열 회사 수는 116곳이다. 

AI 생성 이미지.
2006년 15위→ 2026년 5위로 상승…방산·조선 빅딜, 승부수 통했다 

지난 2006년 한화의 재계 순위는 15위였다. 회사 수는 31곳, 자산 총액은 16조5260억원 수준이었다. 이후 2009년 17위로 떨어졌다. 2010년~2015년에는 13~16위 사이를 오갔다. 자산 총액은 26~37조원에 머물렀다. 

그러나 2016년에는 11위로 성큼 올라섰다. 자산 총액도 54조6970억원으로 전년 대비 44%가량 증가했다. 2015년 단행한 방산·화학 관련 ‘빅딜’의 영향이다. 한화는 삼성의 방산기업 테크윈·탈레스, 화학기업 삼성종합화학·토탈을 2조원에 가까운 금액을 투입해 인수했다. 테크윈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탈레스는 한화시스템이 됐다. 삼성종합화학과 토탈은 각각 한화임팩트와 한화토탈에너지스로 이름을 바꿨다. 

이듬해인 2017년 한화의 재계 순위는 한 자리수로 바뀌었다. 8위로 3계단 상승한 것이다. 2019년에는 7위로 1계단 더 올라섰고, 지난해까지 이를 유지했다. 자산총액도 크게 뛰었다. 한화는 2023년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을 인수, 조선업으로도 진출했다. 2024년에는 자산총액 100조를 넘겼다. 당시 자산총액은 112조4630억원이다. 

서울 중구 한화빌딩에서 열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테크 아카데미 2026’에서 전시된 ‘한국형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 ‘탄도수정신관’, ‘정밀유도포탄’ 모형. 한화에어로스페이스
‘K-록히드마틴’ 꿈꾸는 한화…육·해·공 통합 방산체계 완성

순위 상승의 실질 동력은 방산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한화오션 등 방산 3사의 합산 자산총액은 53조7194억원으로 전년 39조9915억원보다 34.3% 증가했다. 이는 그룹 전체 자산총액 증가액의 57.5%를 차지하는 수치다. 특히 한화시스템의 성장세가 가팔랐다. 한화시스템 자산총액은 5조2195억원에서 9조3434억원으로 1년 새 79% 급증했다. 

성장 배경은 무엇일까. 지난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며 유럽 국가들은 앞다퉈 재무장에 나섰다. K-방산에 대한 러브콜도 쏟아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폴란드에 20조원 규모의 K9 자주포와 천무 다연장로켓을 공급하기로 계약했다. 한화시스템도 유럽과 중동 지역으로 납품을 확장, 매출을 늘렸다. 한화오션도 한화그룹에 인수되며 방산사업 확대로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 조선·방산 업황 호황을 동시에 누리며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수주잔고는 한화의 방산 성장이 일시적 호황이 아님을 뒷받침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말 기준 수주잔고가 37조2199억원이다. 매출 기준 4년치 일감에 해당한다. 한화시스템 9조원, 한화오션 특수선(군함) 7조9506억원의 수주잔고도 확보하고 있다.

방산 사업 관련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4일 한국항공우주(KAI)의 지분을 추가 취득하며 ‘경영 참여’를 공식화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포함한 한화그룹의 KAI 지분율은 8%를 넘는 수준으로 전해졌다. 향후 KAI가 민영화될 시 한화그룹이 인수를 위해 준비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인다. 한화는 앞서 풍산그룹의 탄약사업부 인수에도 뛰어들었으나, 풍산에서 매각을 철회하며 무산된 바 있다. 

한화큐셀 진천공장. 한화솔루션
화학·태양광, 바닥 찍고 반등했지만…방산 뒤 가려진 한화의 그림자

방산·조선이 훨훨 날개를 편 사이, 석유화학과 태양광 사업을 중심으로 삼은 한화솔루션은 부침을 겪었다. 한화솔루션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3648억원에 달한다. 지난 2024년에는 3002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2년 연속 적자다. 

배경은 이중 악재다. 글로벌 석유화학 시장에서 중국발 공급 과잉이 지속되면서 주요 제품의 국제 거래 가격이 하락했다. 태양광 사업도 마찬가지다. 중국발 공급 과잉에 더해 미국 통관 지연으로 지난해 휘청였다.

재무부담도 커졌다. 한화솔루션은 지난 3월 보통주 7200만주를 새로 발행하는 2조4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다. 순차입금이 12조6000억원까지 치솟고 부채 비율이 200%에 육박하는 등 재무 구조를 개선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이 제동을 걸었다. 한화솔루션은 유상증자 규모를 기존보다 축소, 약 1조8000억원으로 정정해 제출했으나 금융감독원에서 재차 반려한 상태다. 유상증자가 무산되면 재무건전성이 악화, 이자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반등도 시작됐다. 한화솔루션은 지난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3조8820억원, 영업이익 926억원을 기록하며 3개 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미국 통관 지연 이슈가 해소되며 미국 내 태양광 사업 공장도 정상 가동을 재개했다. 비수익 사업 정리와 생산라인 합리화 등이 함께 이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업황 부진의 근본 원인인 중국발 공급 과잉은 현재진행형이다. 업황 개선이 이뤄져야 흑자 구조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부사장. 한화그룹 
핵심 사업 분담 마친 삼형제…한화, 3세 경영 본격화

한화그룹은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과 함께 세대교체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방산·조선 중심으로 그룹 외형이 커지는 가운데, 3세 경영을 중점에 둔 역할 분담 역시 점차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지난해 3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보유하던 ㈜한화 지분 22.65% 중 절반인 11.32%를 세 아들에게 증여했다. 장남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4.86%,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과 삼남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부사장은 각각 3.23%를 받았다. 증여 이후 ㈜한화의 최대주주는 김 회장에서 세 아들이 100% 지분을 보유한 한화에너지로 변경됐다. 

현재 김동관 부회장은 방산·우주·에너지·조선 등 그룹 핵심 사업을 총괄하며 성장 전략을 주도하고 있다. 김동원 사장은 한화생명을 중심으로 금융 부문 해외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동선 부사장은 한화갤러리아·한화호텔앤드리조트 등 유통·라이프 사업을 맡았다. 

삼형제의 역할 분담은 제도적으로 완성 단계에 접어들었다. ㈜한화를 방산·조선·해양·에너지·금융 부문의 존속법인과 테크·라이프 부문의 신설법인 한화머시너리앤서비스홀딩스로 나누는 인적분할을 오는 7월 중 완료할 예정이다. 김동관 부회장과 김동선 부사장의 사업을 법인 차원에서 분리하는 수순이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사업군별로 근본 체질 개선, 사업 경쟁력 극대화 등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며 “모든 사업군에서 고른 성과가 창출돼 기업가치 상승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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