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10일 (3)
[기고] 제복을 향한 조롱, 사회적 안전자산 손실

[기고] 제복을 향한 조롱, 사회적 안전자산 손실

함명선 경감(경찰인재개발원 공공안전교육센터)

승인 2026-06-10 10:58:08 수정 2026-06-10 13:47:42
함명선 경감(경찰인재개발원 공공안전교육센터)
함명선 경감(경찰인재개발원 공공안전교육센터)

최근 6·3 지방선거 과정에서 발생한 투표지 부족 사태와 이에 따른 현장의 혼란이 사회적 논란으로 대두되고 있다.

국민의 소중한 참정권과 직결된 사안인 만큼 선거 관리 과정의 미흡함에 대한 철저한 원인 규명과 비판은 당연하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제도적 영역의 여파가 치안 현장으로 전이되면서, 최일선에 투입된 기동대 소속 젊은 경찰관들이 온몸으로 감당해 내고 있는 비난과 조롱의 무게다.

현장의 경찰은 선거의 정책적 관리자가 아니다.

법령과 절차에 의거해 선거 시설물의 안전을 확보하고 돌발 충돌을 예방하여 선거 종료시까지 최소한의 질서를 유지하는 공공 안녕의 책무를 수행할 뿐이다.

그럼에도 격앙된 현장에서는 ‘중국 공안’, ‘가짜 경찰’이라는 감정적인 조롱이 쏟아졌고, 온라인상에는 맥락이 소거된 단편적 영상들이 확산하며 현장 경찰관들을 향한 무차별적인 공격으로 이어지고 있다.

사실 군중이 모이고 이해관계가 대립하는 모든 사회적 갈등의 중심에는 늘 경찰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공공의 안녕과 예기치 못한 위험 예방이 경찰 본연의 임무이기 때문이다.

질서유지 조치를 받는 시민의 불편함은 충분히 이해하나, 치안 최일선에서는 만에 하나의 위험 요소 앞에서도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다.

현장의 방심은 돌이킬 수 없는 안전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아무 일이 없으면 ‘과도한 통제’라 지적받고, 작은 불상사라도 생기면 ‘치안 공백’이라는 비판을 받는 것이 현장 경찰관들의 숙명이다.

국민이 현장에서 가장 밀접하게 접하는 공권력이라는 이유로 본질적인 책임 소재와 무관하게 모든 비난이 경찰로 귀결되는 현상은 많은 현장 경찰관들이 느끼는 고충이기도 하다.

같은 공직 사회의 일원으로서 특정 기관의 행정적 공백을 탓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국민 안전을 위해 밤낮없이 흘린 현장 경찰관의 땀방울이 매번 오해의 화살로 돌아오는 순간 마주하는 자괴감은 깊을 수밖에 없다.

특히 기동대 현장에 투입되는 인력의 대다수는 이제 막 조직에 첫발을 내딛은 2030세대의 청년들이다.

또래들이 일상을 누릴 때 제복을 입고 주말과 휴일을 반납하며 거리와 광장을 지키는 이들이다.

자신들의 잘못이 아닌 문제로 분노의 방패막이가 되고 조롱의 대상이 된다면 이 청년들은 어떤 자부심으로 제복을 입어야 하겠는가.

청년 경찰관들이 사명감 대신 냉소를 먼저 배우고 자긍심을 잃는 것은 단순히 한 조직의 문제를 넘어, 사회 전체의 헌신적 자산을 잃는 막대한 국가적 손실이다.

민주주의는 자유로운 비판 속에서 성숙하지만, 동시에 각자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구분하는 이성적 판단 위에서 유지된다.

눈앞의 제복을 향해 일차적인 분노를 쏟아내기 전에, 보이지 않는 긴장감 속에서 공동체의 안전을 지탱하는 청년들의 노력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 주는 성숙한 시선이 필요하다.

시간이 흘러 오늘의 갈등도 역사의 한 페이지로 기록될 것이다.

먼 훗날 이때를 되돌아보았을 때, 송파 올림픽공원에서의 외침이 갈등과 충돌의 상흔이 아닌, 시민들이 스스로 질서를 지키며 자발적으로 이뤄낸 ‘역사적 가치가 있는 품격 있는 시위문화’로 기억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아울러 그 성숙한 광장 어딘가에, 공동체의 안녕을 위해 보이지 않는 방패가 되어 묵묵히 자리를 지켰던 젊은 경찰관들의 헌신도 공존의 가치로 함께 기억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

함명선 경감(경찰인재개발원 공공안전교육센터)
이재형 기자
신속하고 정확한 기사를 전하고자 합니다.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추천해요
    0
  • 슬퍼요
    슬퍼요
    0
  • 화나요
    화나요
    0

쿠키오리지널

전체보기

쿠키피드

전체보기

슥- 넘겨 보는 세상 이야기, 기자의 솔직한 코멘터리까지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