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일 오전 서울 양천구 양정중학교 1학년 4반 교실. 사회1 교과서의 ‘통화량과 물가’ 단원을 배우는 공개수업에서 한 학생이 손을 들고 물었다. 바둑알을 화폐 삼아 모의 경매를 벌인 직후였다. 통화량이 늘어날수록 낙찰가가 치솟는다는 사실을 몸으로 익힌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물가를 내릴 수도 있느냐’는 다음 질문을 던졌다.
이날 공개수업은 서울시교육청이 학교 경제·금융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마련한 ‘2026 경제·금융교육 직무연수’의 일환이다. 연수 강사인 김나영 양정중 교사가 실제 교실에서 진행하는 수업을 공개해 교사들이 경제 개념을 학생들에게 효과적으로 가르치는 방법을 직접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청소년들의 금융거래와 투자 경험이 빨라지는 환경 변화에 맞춰 학교 경제·금융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간편결제와 핀테크, 가상자산 확산으로 학생들이 금융에 일찍 노출되는 만큼 교사 연수와 공개수업을 연계해 우수 수업 사례를 학교 현장에 확산한다는 계획이다.

첫 경매에서 꾸러미는 1만3000원에 낙찰됐다. 이후 화폐를 추가로 지급해 통화량을 38만7000원으로 늘리자 같은 꾸러미의 낙찰가는 3만3000원으로 뛰었다. 마지막 경매를 앞두고 개당 5000원인 흰색 바둑알 200개를 더 풀었다. 교실 내 화폐를 총 135만4000원으로 늘리자 경매는 과열됐고, 꾸러미는 20만원에 낙찰됐다.
경매가 끝나자 김 교사는 학생들에게 “시중에 유통되는 화폐의 양을 ‘통화량’이라고 한다”며 “통화량이 늘어나면 소비자가 구입하는 재화와 서비스의 가격 즉 물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짐바브웨와 베네수엘라 사례를 소개하며 과도한 화폐 발행이 초래한 초인플레이션 현상에 대한 부연을 이어갔다. 김 교사는 “화폐의 본질은 ‘믿음’”이라며 “돈을 많이 찍어내는 것이 아니라 적절하게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수업이 끝난 뒤 만난 학생들은 “게임처럼 배워서 경제가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통화량과 물가라는 교과서 속 개념을 떡볶이 가격 상승 등 일상 속 경제 현상과 연결해 이해하기도 했다.
박은찬(남·13)군은 “처음에는 모두에게 돈을 많이 나눠주면 좋을 줄만 알았는데 직접 해보니 물가가 올라간다는 걸 이해하게 됐다”며 “학교 앞 분식점에서 팔던 컵떡볶이가 예전에는 1500원이었는데 지금은 2500원이 됐다. 수업을 통해 ‘이런 원리로 가격이 오른 것이구나’ 하고 이해할 수 있었다”고 했다.
김 교사는 학생들의 금융에 대한 관심이 과거보다 크게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학생들이 특정 주식 종목을 추천해달라고 하거나 체크카드 앱의 모의 투자에서 높은 수익률을 올렸다고 자랑하는 경우가 많다”며 “예전보다 경제에 대한 관심이 확실히 커졌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학생들의 관심이 높아진 만큼 학교 경제교육도 더 확대될 필요가 있다”며 “교과 수업뿐 아니라 동아리와 비교과 활동 등 다양한 교육과정에서 경제교육을 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결국 중요한 것은 교사들의 관심”이라며 “관련 교사 연수를 더욱 다양하게 마련해 더 많은 교사들이 경제교육에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이 확대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권혜진 기자 hjk@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