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일본 독점 기술에 의존하던 공중 홀로그램 핵심부품 국산화에 성공했다.
이 기술은 화면을 직접 만지지 않고 허공에 떠 있는 버튼과 영상을 손가락으로 조작할 수 있어 수술실과 공공시설 등에서 감염 위험을 줄이는 차세대 비접촉 인터페이스 기술로 활용될 수 있다.
ETRI는 공중에 떠 있는 영상을 손가락으로 조작하는 ‘유사 홀로그램(Hovering Hologram)’ 기술의 핵심부품인 미러반사판 시트를 국내 원천기술로 개발했다.
유사 홀로그램은 디스플레이에서 나온 빛을 특수 미러반사판에 통과시켜 허공에 실제 화면이 떠 있는 것처럼 영상을 만드는 기술이다.
안경이나 별도의 스크린이 없어도 영상을 육안으로 볼 수 있고, 공간 터치 센서를 결합하면 허공에 떠 있는 버튼을 손가락으로 누르거나 화면을 넘기는 등 터치 조작도 가능하다.
기존 증강현실(AR)이나 가상현실(VR) 기기처럼 별도의 헤드셋을 착용할 필요가 없고 자연광 아래에서도 화면을 볼 수 있다.
때문에 어지럼증이나 공간 왜곡 같은 기존 기술의 한계를 줄일 수 있다.

미러반사판 시트는 유사 홀로그램 상용화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수많은 미세 거울 구조를 정밀 가공하는 이 부품은 일본 기업이 사실상 독점했다.
ETRI 연구팀은 폴리머 소재를 이용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고분자는 플라스틱처럼 가볍고 가공이 쉬운 소재로 대량 생산에 유리하다.
연구팀은 반도체 공정에 사용하는 포토리소그래피와 금형으로 미세 구조를 찍어내는 임프린팅 기술을 결합해 고해상도 미러반사판을 제작하는 독자 공정을 개발했다.
포토리소그래피는 빛으로 반도체 회로를 새기듯 미세 패턴을 만드는 기술이고, 임프린팅은 붕어빵 틀처럼 금형으로 원하는 미세 구조를 한 번에 찍어내는 초정밀 가공 방식이다.
연구팀은 이를 적용해 10×10㎝ 크기 미러반사판 시트를 제작하고 공중에 영상을 구현하는 시제품까지 완성해 최근 ‘WIS 2026 ICT 기술전시 페스티벌’에서 공개했다.
새 미러반사판은 일본 제품보다 두께를 5분의 1 수준으로 줄였고, 제조공정도 단순화해 생산 비용을 크게 낮췄다.
얇고 가벼워 다양한 제품에 적용하기 쉬운 것도 장점이다.

연구팀은 이 기술이 의료와 공공서비스 분야에서 특히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했다.
수술실에서는 의료진이 환부 영상을 띄운 화면을 직접 만지지 않고 공중에서 조작할 수 있어 감염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무안경 의료 디스플레이와 환부 추적 모니터에도 적용 가능하다.
공공시설에서는 엘리베이터 버튼, 키오스크 안내시스템, 스마트 안마의자 제어장치 등 다수가 사용하는 기기를 비접촉 방식으로 바꿀 수 있다.
연구팀은 향후 공간 터치 센서를 추가 개발해 공중 영상을 더욱 자유롭게 조작하는 기술을 완성하고, 국내 공공기관과 다중이용시설 실증을 추진할 계획이다.
김주연 ETRI 책임연구원은 “우리 기술로 공중 홀로그램 핵심부품과 시제품을 구현한 만큼 앞으로 의료와 공공시설 등 실제 환경에서 활용성을 높이는 데 연구를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이재형 기자 jh@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