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주식시장이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신(新)정부 정책 수혜를 받을 것으로 기대되는 종목에 매수세가 몰리면서 급등한 상황이다. 다만 우려의 시선도 존재한다. 상승 배경인 정책 공약이 실제 집행으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직전 거래일 대비 1.55%(43.72p) 오른 2855.77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해 7월 기록된 52주 최고점인 2896.43에 근접한 수준이다. 특히 코스피는 이달 들어 모두 상승장을 시현했다. 지난달 말 종가인 2697.67과 비교하면 4거래일 동안 5.86% 급등했다.
종목군별로 살펴보면 증권과 인공지능(AI), 2차전지 등 관련 종목들이 큰 상승세를 나타냈다. 우선 미래에셋증권은 이달초 1만5620원에서 전날 종가 기준 1만8010원으로 15.30% 급등했다. 아울러 신영증권(25.14%), 부국증권(23.40%), 한화투자증권(21.51%), 키움증권(17.85%), 한국금융지주(12.29%), 삼성증권(7.26%) 등도 크게 뛰었다.
인공지능(AI) 관련주들도 마찬가지다. 미래에셋벤처투자는 이달초 5050원에서 전날 종가 기준 6780원으로 34.25% 올랐다. 같은 기준 대규모 언어모델(LLM)을 개발한 AI 소프트웨어기업인 코난테크놀로지와 솔트룩스는 각각 57.72%, 54.08% 상승했다.
이같은 급등세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에 따른 신정부 정책 수혜를 직접적으로 누릴 수 있다는 기대감에 기인한다.
우선 증권업종은 이 대통령이 ‘코스피 5000 시대’ 도약이라는 포부를 밝히면서 내세운 증시 활성화 공약의 수혜를 받을 전망이다. 신정부의 국정과제에는 상법 개정안 추진과 주식시장 재편 및 주주환원 강화, 상장회사 자사주에 대한 원칙적 소각 제도화 검토 등이 포함됐다. 해당 공약들은 침체된 국내 증시에 활력을 불어넣는 요소로 거래대금 증가 효과를 야기할 수 있다. 이는 증권사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익성 증대와 외형 성장을 뒷받침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대선 정국에서 증시 활성화 정책, 기업 거버넌스 구조 변화 등 자본시장 관련 기대감이 확산되면서 증권업종에 대한 수혜 기대감도 절정에 달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AI 업종도 동일하다. 이 대통령은 공약집을 통해 인공지능 대전환을 통해 한국을 AI 3강으로 끌어 올리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더불어 대선후보 시기 정부와 민간이 공동으로 총 100조원을 AI 산업에 투자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를 통해 세계 3대 AI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설명도 함께했다. 공약집에는 △AI 해외인재 유치 및 연구개발(R&D) 지원 확대 △AI 데이터센터 ‘차세대 국가 SOC 규정’ 및 지원 총력 체계 마련 △국가 인공지능 혁신 거점 육성 △차세대 AI 반도체 기술개발 및 산업생태계 육성 등을 담았다.
이상헌 iM증권 연구원은 “신정부에서는 AI 세계 3대 강국 진입을 목표로 공공·민간 대규모 투자를 유도하는 정책과제와 방안을 제시했다”라며 “이에 따라 AI 성장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정부 주도의 AI 관련 각종 펀드가 조성될 것이다. 또 주요 기관투자들의 AI 관련 LP 출자사업 등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이같은 흐름에 대해 우려의 시선도 보내고 있다. 정책 수혜주에 대한 기대가 이미 선반영됐다는 평가와 함께 실제 이행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설태현 DB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선 이후에는 공약 중 실제로 정책으로 채택돼 예산과 법령으로 집행되는지를 신속하게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AI, 건설, 유통 등 여야가 공통으로 강조했던 분야는 정책 실행 가능성이 높아 우선적으로 주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다운 LS증권 연구원도 “공약을 실행하기 위한 재원을 뚜렷하게 제시하지 못했고 주식시장에 우호적인 정책들도 구체적인 방법론이 부재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기대감에 앞서 밸류에이션을 살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정책 수혜 기대감에 오름세를 펼쳤으나 밸류에이션 하락 전망에 곧바로 내림세로 전환한 종목도 있다. 대표적으로 2차전지 관련주가 꼽힌다. 에코프로머티와 LG에너지솔루션 등 2차전지 대표 종목들은 이 대통령의 취임 첫날인 4일과 5일 양일간 각각 5.33%, 2.28% 올랐다. 그러나 전날 종가 기준 에코프로머티(-4.96%), LG에너지솔루션(-2.06%)로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2차전지업종은 이 대통령의 첨단산업 집중육성 공약에 포함되면서 수혜주로 거론됐다. 차세대 2차전지의 초격차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한 지원 확대를 골자로 한 혁신선도형 첨단산업구조로의 전환 추진 의지를 밝혀서다.
그러나 다른 정책 수혜주들과 달리 2차전지 종목이 시장에서 외면받은 이유는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산재한 탓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폐지 가능성이 악재로 작용했다. 이용욱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IRA 수정 법안이 현실화되면 미국 시장 눈높이 하향 조정은 불가피하다”면서 “중장기 실적 전망치도 여전히 하향 조정 중이다. 국내 배터리 업종 주가 조정도 이어졌으나, 실적 추정치 하향에 따라 밸류에이션 부담도 여전하다”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