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10일 (0)
적자 사업인데도…은행들이 서울시금고 못 놓는 이유

적자 사업인데도…은행들이 서울시금고 못 놓는 이유

신한 ‘수성’ vs 우리 ‘탈환’…51조 서울시 금고 쟁탈전
금리·출연금이 ‘실질 승부처’…비용 부담 커진다
최종 발표는 6월 전망…하반기엔 인천까지

승인 2026-05-06 06:00:08
그래픽=최은희 기자 

서울시 시금고를 둘러싼 은행권 경쟁이 본격화됐다. 51조원 규모 서울시 자금을 관리하는 초대형 금고 사업을 두고 현 금고지기인 신한은행과 100년 넘게 시금고를 맡았던 우리은행이 정면 승부에 나선 모습이다.

신한 ‘수성’ vs 우리 ‘탈환’…51조 서울시 금고 쟁탈전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 4일부터 이날까지 차기 시금고 지정을 위한 제안서를 접수한다. 차기 사업자는 2027년부터 2030년까지 4년간 서울시 자금을 관리한다. 1금고는 일반회계·특별회계를, 2금고는 각종 기금을 담당하며 세입 수납과 세출 지급, 예금 종별 자금관리 업무를 수행한다. 이달 중 ‘금고지정 심의위원회’를 열어 금고별 최고 득점 기관을 1금고와 2금고로 지정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행정안전부 예규와 조례에 따라 금융기관의 신용도·재무구조 안정성, 시에 대한 대출·예금금리, 시민 이용 편의성, 금고업무 관리능력, 지역사회 기여 등을 종합 평가해 1·2금고를 나눠 지정하는데, 특정 은행에 쏠림을 막고 경쟁을 유도하려는 취지다.

전국 지자체 금고 중 최대 규모답게 입찰 열기는 뜨겁다. 지난달 열린 서울시 시금고 입찰 설명회에는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이 모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식적으로 입찰 참여 의사를 밝힌 곳은 신한·우리은행이지만, 은행권 전반이 이번 수주전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업계에선 실제 구도는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의 2파전이 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우리은행은 이번 탈환전에 남다른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대한천일은행 시절이던 1915년 경성부금고 업무를 시작으로 100년 넘게 서울시금고를 운영해오다, 2018년 입찰에서 1금고를 신한은행에 내줬다. 이어 2022년 재입찰에서는 2금고마저 자리를 뺏긴 상태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7월부터 서울시·구금고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부행장 직속으로 대응체계를 강화하는 등 물밑 준비에 나섰다. 내부에서는 “1·2금고 제도 취지가 독점 방지인 만큼 이번에는 반드시 탈환하겠다”는 기류가 강하다. 

현 금고지기인 신한은행도 수성 의지가 강하다. 지난해 11월 별도 TF를 발족해 제안경쟁력 강화, IT 시스템 고도화, 정책 연계사업 발굴 등을 준비 중이다. 특히 지난 8년간 서울시금고 운영 과정에서 출연금과 전산망 구축 비용으로 6000억원가량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져, 금고 수성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은행들이 시금고 쟁탈전에 뛰드는 이유는 간접 효과 때문이다. 지자체 예산이 유입되면 수십조원 규모의 저원가성 요구불예금을 확보할 수 있어 조달금리를 낮출 수 있다. 업계에선 50조원대 금고 규모를 고려하면 약 5조원 이상의 평균 잔액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서울시 주거래 은행이라는 상징성은 기업금융·기관영업에서도 ‘간판 효과’를 발휘한다.

금리·출연금이 ‘실질 승부처’…비용 부담 커진다

다만 비용 부담은 만만치 않다. 시금고는 서울시에 예금이자를 지급하는 구조다. 서울시 시금고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1금고 기준 3.45% 수준으로, 최근 5대 시중은행 1년 만기 정기예금 최고금리(2.55~2.95%)를 웃돈다. 금리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은행 수익성은 제약을 받는 것이다. 또 새로운 민선 9기가 구성될 경우, 신규 사업 추진 과정에서 시금고 사업자의 협력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수익성만 보면 적자 사업에 가깝다”면서도 “브랜드 이미지와 기관영업 확장 효과까지 감안하면 쉽게 내려놓기 어려운 사업”이라고 했다. 

신한은행이 기존 시금고를 수성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비용은 막대한 수준이다. 2018년 1금고 입찰 당시 3000억원 수준의 출연금을 제시했고, 전산망 구축에만 1000억원 이상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재입찰에서는 1금고 2511억원, 2금고 153억원 등 총 2600억원대 협력사업비를 추가로 부담했다. 이번 입찰에서도 최소 2000억~3000억원대 출연금이 거론되면서 총 투자 규모가 더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협력사업계획’ 항목에 포함되는 출연금은 배점이 2점에 그치지만, 정성 평가에 반영된다”며 “실제 승부처는 여전히 금리와 출연금이 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최종 발표는 6월 전망…하반기엔 인천까지

차기 서울시금고 발표는 6월 중 이뤄질 전망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시금고 프레젠테이션(PT)는 오는 11~15일 중 진행될 것으로 보이고, 최종 금고 선정은 6월 중에 발표될 것 같다”고 했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일각에선 정치 일정이 변수로 거론되지만, 선정 시기와 선거는 무관하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시금고 변경 시 시스템 분석·설계·구축·검증에만 약 7개월 가량 소요된다”며 “안정적인 시금고 운영을 위해선 상반기 내에 선정을 끝내고, 남은 6개월은 실질적인 업무 준비에 써야 한다. 지방선거와는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서울에 이어 하반기에는 예산 규모 약 16조원의 인천시 금고지기 선정도 예정돼 있다. 인천시는 7월 공모를 시작해 8월 중 차기 시금고를 최종 선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인천시 1금고는 신한은행, 2금고는 NH농협은행이 맡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기존 1·2금고를 맡은 신한·농협 외에도 우리·국민·하나은행 등이 가세해 5개 은행 이상이 경쟁하는 구도가 형성될 수 있다고 본다. 특히 하나금융그룹이 올해 9월 인천 청라국제도시로 그룹 본사를 이전할 예정인 만큼, 하나은행이 지역 밀착을 내세워 강하게 도전장을 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하나은행이 인천에서 신한을 강하게 압박할 경우 신한으로서는 서울·인천 두 전선을 동시에 지켜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서울과 인천 모두 수도권 지자체 중 예산 규모가 가장 크고 홍보 효과도 커, 은행 입장에선 수익성만으로 단순 계산하기 어려운 전략 사업”이라고 말했다.

최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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