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 외신 보도에 따르면 UAE는 지난 1일 OPEC 탈퇴를 공식화하며 산유량을 스스로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와 달리 경제 구조가 다변화된 UAE가 재정 균형을 위해 고유가를 고집할 필요가 없으며, 이에 따라 생산량 확대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정유업계는 UAE의 독자적인 증산 행보가 원유 조달을 용이하게 하고, 유가 하향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안국현 대한석유협회 실장은 “산유국 카르텔의 약화가 실질적인 공급 증가로 이어져 원유 조달이 용이해지고 유가하향 안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과 아시아 국가들이 이번 사태가 분명한 기회 요인으로 보는 이유는, 오래된 관행인 ‘아시안 프리미엄’이 완화될 여지가 커졌기 때문이다. 아시안 프리미엄은 아시아 국가들의 높은 중동 원유 의존도에서 기인한다. 원유 가격 선정 기준을 불투명하게 유지하며 OSP(Official Selling Price)를 선정해, 대체제가 존재하는 미국 유럽에 비해 더 비싼 가격에 원유를 판매하는 것이다.
UAE가 독자적인 증산·판매 노선을 걷게 되면, 아시아 시장 점유율을 놓고 사우디아라비아 등 기존 OPEC 회원국들과 치열한 가격 경쟁을 벌이게 될 수 있다. 이 경우 한국 측의 협상력이 높아질 여지가 커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김태환 에너지연구소 석유정책실장은 “사우디와 UAE가 아시아라는 메인 타겟 마켓을 두고 경쟁하게 되면, 우리로서는 더 유리한 가격 조건으로 원유를 들여올 수 있는 협상 우위를 점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과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일부 수출 경로의 제한이 여전한 상황에서, 정유사가 단기적으로 반사 이익을 얻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이어진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유럽·아시아 수출이 제한되면서 UAE의 증산 효과가 실질적으로 제한되고 있으며, 이는 오히려 유가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김 실장은 “증산을 하더라도 원유가 나갈 수 있는 구멍이 없으면 영향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김 실장은 “호르무즈 해협이 막혀 있는 현재 상황에서는 UAE가 아무리 생산량을 늘려도 실질적인 수출량 증가로 이어지기 어렵기 때문에, 향후 해협의 정상화 여부가 수급 변화의 핵심 전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전망과 관련해 BNN 블룸버그는 OPEC+가 소폭의 증산을 추진하고 있으나, 호르무즈 해협의 혼란이 세계 공급에 미치는 영향을 여전히 제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제레미 어윈 에너지 애스펙츠 원유 책임자는 BNN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해협이 재개방되더라도 6월 말까지 공급량이 분쟁 이전 수준의 50% 정도만 회복될 것”이라며, 당분간 공급 손실이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한편, UAE산 원유가 저렴하게 공급되더라도 이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은 정부의 에너지 안보 정책 기조와 상충할 우려가 있다. 현재 정부는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확실성에 대비해 미국산 및 캐나다산 원유 도입 등 비중동 공급망 다변화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민간 정유사들은 실리적인 저가 원유 확보와 장기적인 에너지 안보 강화 사이에서 정교한 균형을 찾는 복합적인 수급 전략을 수립해야 할 시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상준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중동산 원유 하락의 긍정적 효과도 있을 것이지만 이에 따라 중동 의존도를 유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비중동 등 다변화 노력은 지속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UAE의 탈퇴가 원유 수급과 가격의 변동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호르무즈 해협의 정상화가 최우선 과제라는 입장이다. 산업통상부 관계자는 "중동 정세를 면밀히 관찰하면서 필요시 UAE, 사우디 등 주요 산유국들과 긴밀히 협의해 원유 수급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