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12일 (2)
인력 부족·폭언에 멍든다…병원 떠나는 간호사들

인력 부족·폭언에 멍든다…병원 떠나는 간호사들

지역별 간호인력 편차 뚜렷…수도권 쏠림 심화
3~5년차 간호사 이직 고려율 80%

승인 2026-05-12 15:00:21
서울의 한 상급종합병원에서 간호사들이 이동하고 있다. 박효상 기자
서울의 한 상급종합병원에서 간호사들이 이동하고 있다. 박효상 기자

간호사 인력난이 지역의료 공백과 현장 이탈 위기로 번지고 있다.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간호사 인력이 쏠리면서 지방 중소병원은 만성적인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현장 간호사들은 과중한 업무와 식사 거름, 폭언, 번아웃 속에서 병원을 떠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간호협회(간협)가 12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25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간호사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국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의 기관당 평균 간호사 수는 125.1명으로 집계됐다.

지역별 편차는 뚜렷했다. 서울의 기관당 평균 간호사 수는 191.68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이어 제주 173.5명, 세종 167.8명 순이었다. 반면 전남은 73.41명에 그쳐 서울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광주 85.69명, 경남 89.07명, 충북 94.43명 등 상당수 비수도권 지역도 전국 평균을 밑돌았다.

병상 규모에 따른 격차는 더 컸다. 서울 소재 500병상 이상 대형병원의 기관당 평균 간호사 수는 1651.5명에 달했다. 반면 전국 100병상 미만 중소병원은 평균 20명 안팎에 그쳤다. 간호사 인력이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쏠리는 구조가 수치로 확인된 셈이다.

간호사 1인당 담당 병상 수를 현장 노동 강도로 환산하면 격차는 더욱 커진다. 서울 대형병원 간호사의 노동 강도를 1로 볼 경우 일부 지방 중소병원은 통계상 최대 10배 수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현장에선 이 같은 격차가 단순한 인력 차이를 넘어 간호사의 육체적·정신적 소진과 환자 안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지방 중소병원의 인력난은 특히 심각했다. 전북 내 100병상 미만 의료기관의 기관당 평균 간호사 수는 11.3명에 불과했다. 이를 교대 근무 인력으로 환산하면 한 근무 시간대에 병원 전체를 담당하는 간호사는 3~4명 수준이다. 연차, 경조사, 교육, 병가 등에 따른 공백까지 고려하면 간호사 1명이 여러 병동 업무를 동시에 감당하는 상황도 반복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역별 의료 인력 격차는 의사 대비 간호사 비율에서도 드러났다. 서울의 의사 1인당 간호사 수는 3.38명이었지만, 경북은 5.98명으로 조사됐다. 이는 경북 지역 간호사들이 서울보다 의사 1인이 발생시키는 처방·협업 수요를 상대적으로 더 많이 감당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제주는 100병상 이상 200병상 미만 의료기관에서 의사 대비 간호사 수가 8.25명까지 높아졌다. 현장에선 “통계 수치보다 실제 체감 노동 강도는 훨씬 높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간협은 수도권 대형병원의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과 근무 환경을 간호사 인력 쏠림의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다. 신규 간호사들이 대형병원으로 집중되면서 지방 병원은 신규 채용난과 기존 인력 유출을 동시에 겪고 있다는 것이다.

간협 관계자는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간 간호사 인력 불균형은 단순한 채용 문제가 아니라 지역 의료체계 유지와 직결된 문제”라며 “지역 간호사 확보를 위한 실질적인 인센티브와 근무 환경 개선 등 국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간호법 시행으로 간호사에게 진료지원 업무까지 확대되는 상황에서 적정 인력 기준과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이 함께 마련돼야 환자 안전을 담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간호사 10명 중 6명 “환자·의사 폭언 경험”

간호사 10명 중 6명은 환자·의사 등으로부터 폭언을 경험하고, 일주일에 한 번 이상 근무 중 식사를 거르는 등 인력난뿐만 아니라 소진 문제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이 이날 서울 여의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표한 ‘2026년 보건의료노조 정기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 참여 간호사 2만9275명 가운데 72.1%가 이직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서울의 한 병원에서 간호사가 이동하고 있다. 쿠키뉴스 자료사진
서울의 한 병원에서 간호사가 이동하고 있다. 쿠키뉴스 자료사진
간호사 10명 중 7명 이상(72.1%)은 3개월 내 이직을 고려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보건의료 노동자 이직 고려율(64.6%)보다 7.5%포인트(p) 높은 수치로, 간호사의 이직 고려가 다른 직군에 비해 두드러지게 높았다.

직장 근속 기간별로는 3~5년차 간호사의 이직 고려율이 79.9%로 가장 높았다. 1~2년차 64.5%, 6~10년차 75.5%, 11~15년차 68.1%, 16~20년차 63.5%, 21년차 이상 53.8%와 비교해도 두드러졌다. 현 직장 근속 3~5년차이면서 3교대 근무를 하는 간호사의 이직 고려율은 81.4%에 달했다. 같은 근속 구간의 비3교대 간호사 74.3%보다 7.2%p 높았다.

병원을 떠나고 싶은 이유 1순위는 ‘근무조건’(48.9%)이었다. 뒤이어 △임금 25.2% △직장문화 6.5% △기타 5.5% △육아 5.2% △건강 4.8% 순이었다. 간호 직무 자체 때문이라는 응답은 1.5%에 그쳤다.

식사를 거르는 비율도 높았다. 간호사의 식사 거름 비율은 65.5%로, 전체 보건의료 노동자 평균 50.0%보다 15.5%p 높았다. 간호사 3명 중 2명이 지난 한 달간 근무 중 주 1회 이상 식사를 거른 셈이다.

폭언 경험도 간호사에게 집중됐다. 간호사의 지난 1년간 업무 관련 폭언 경험률은 62.3%로, 전체 보건의료 노동자 평균 54.3%보다 8.0%p 높았다. 근무형태별로는 3교대 65.9%, 야간전담 65.7%, 2교대 65.4%로 비슷했고, 통상근무는 51.0%로 가장 낮았다.

부서별로는 응급실의 폭언 경험률이 74.0%로 가장 높았다. 이 중 환자에 의한 폭언은 58.9%, 보호자에 의한 폭언은 49.8%였다. 간호간병통합병동은 폭언 경험률 71.4%, 내과병동 68.6%, 외과병동 67.6%로 일반병동에서도 환자와 보호자에 의한 폭언이 높게 나타났다.

수술실은 전체 폭언 경험률이 53.8%로 상대적으로 낮았지만, 의사에 의한 폭언 경험률은 38.6%로 전체 부서 중 가장 높았다. 수술실은 직장 내 괴롭힘 경험률도 11.7%로 가장 높았다. 제한된 공간에서 의사와 함께 일하는 수술실 특유의 위계적 환경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인력 부족과 식사 거름, 폭언은 ‘번아웃’으로도 이어졌다. 간호사의 번아웃 평균 점수는 5점 척도 기준 2.860점이었다. 번아웃 점수가 3점 이상인 간호사는 42.2%로, 간호사 10명 중 4명 이상이 높은 수준의 소진을 경험하고 있었다.

보건의료노조는 간호사 이직 문제를 개인의 선택이나 직업 적응의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인력부족과 교대근무, 노동 강도, 폭언, 휴식권 박탈이 누적된 구조적 문제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간호사들이 간호 업무 자체가 싫어서 떠나는 것이 아니라, 인력 부족과 과중한 업무, 불규칙한 교대근무, 폭언과 소진 속에서 현장을 떠나고 있다”며 “간호사 이탈을 막기 위해선 적정 인력 배치와 휴게권 보장, 폭언·괴롭힘 예방, 교대근무 개선 대책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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