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가보훈부 승격, 일류국가 진입 위한 ‘한 걸음’

노용환 보훈인권센터 소장 겸 국가유공자를사랑하는모임(국사모) 대표

입력 2022-12-05 13:5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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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 죽음의 대가로 자유라는 것을 대한민국 국민들 손에 꼭 안겨주어라. 침략군을 격파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질서를 확립하고 돌아오라.“

[기고] 국가보훈부 승격, 일류국가 진입 위한 ‘한 걸음’
6‧25전쟁 당시, 자국을 침략했던 이탈리아를 몰아낸 에티오피아의 하일레 셀라시아 1세 황제가 왕실근위대 1000여명을 포함해 총 6037명의 지상군을 한국에 파병하며 건넨 말이다.

황제의 명처럼 에티오피아 캉뉴부대는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을 위해 목숨 바쳐 싸웠고, 253번의 전투에서 모두 승리했다. 그리고 123명이 전사하고 536명의 부상자가 발생했지만 단 1명도 포로가 되지 않았다. 

그들은 전쟁으로 파괴된 대한민국을 1956년까지 보살피고 돌아갔으며, 고국으로 귀환한 전사자들은 현재 하일레 셀라시아 1세 황제와 함께 에티오피아의 홀리트리니티 대성당에 안치돼 있다.

에티오피아를 비롯한 많은 UN 참전국과 우리 참전용사들의 고귀한 희생으로 대한민국을 지켜으며 이제는 세계 10위 경제대국이 되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보훈예산은 항상 뒷전이며 제대로 예우하지 못하고 있다. 

2012년이 돼서야 국가보훈처와 정부 부처 공무원들의 급여갹출을 통해 생존 중인 80여명의 에티오피아 참전군인에게 매월 5만원의 영예금을 지원하고, 민간단체들의 도움으로 여러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을 뿐이다.

반면 호주는 보훈대상자가 우리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지만, 보훈예산은 한국(5조8752억원)보다 50%가 더 많으며 보훈예산 비중도 크다. 담당공무원 수는 한국(1427명)의 1.5배에 달한다.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는 국가보훈처의 위상이다. 우리 보훈처는 1961년 군사원호청 출범을 시작으로 60년이 지난 지금까지 처(處)로 남아 있다. 일류보훈을 통한 일류국가로의 발돋움은 결국 보훈부로의 격상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보훈부로 승격하면 보훈부장관은 국무위원으로서의 부서권과 독자적 부령권을 갖고 보다 강화된 권한과 기능을 행사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조직을 꾸려 보훈제도를 개혁함으로써 국가와 국민을 위해 희생한 유공자들을 존중하고 기억하는 나라로 만들 수 있다. 

적극적인 국제보훈사업을 통해 에티오피아 참전용사들을 포함한 전세계 6‧25 참전용사들에게 지금보다 더 큰 보답도 할 수 있다.

최근 보훈처가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보훈부 승격과 보훈인식에 대해 조사한 결과, 61%가 보훈부 격상에 찬성했다. 필자가 대표로 있는 ‘국가유공자를사랑하는모임(국사모)’에서 자체 조사한 보훈부 승격 관련 설문조사에서는 총 3200명이 참여해 95%가 찬성의사를 내비쳤다.

국민 다수의 지지도 얻은 셈이다. 그럼에도 국가보훈부로의 승격을 담은 정부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지난 10월 6일 정부발표와 함께 발의됐음에도 아직 법안심사 소위에 상정만 돼 있다. 국가보훈부 승격 법안이 정쟁(政爭)에 발목 잡혀서는 안 될 것이다.

여전히 남아 있는 국가유공자와 보훈가족들이 현실에서 경험하는 편견과 아쉬움을 해소하고, 이제라도 사회적 인식개선과 그 희생에 걸맞은 예우와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 제대로 된 예우를 받지 못해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보훈대상자들이 없도록 보훈정책은 일반 사회복지의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특히 이번 윤석열 정부는 대통령 공약인 보훈보상 체계개편, 보훈보상 강화, 참전명예수당 2배 인상을 임기 내에 반드시 실천해야 한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평화는 절대 공짜로 생겨난 것이 아니다. 젊은 날의 고귀한 선택과 많은 것을 잃어가면서 국가와 국민을 지켜낸 영웅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산물이다.

국가와 국민을 지켜낸 분들을 이제는 세계10위 경제대국인 대한민국과 국민들이 지켜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이들이 자부심을 느끼고 국민들께 존경받고 생활할 수 있길 상이군인인 필자가 간곡히 호소한다.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