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기밀 유출 논란이 한미 동맹의 둑을 흔드는 모양새다. 야당은 불신임결의안으로 정 장관에게 책임을 묻고 있다. 한나라의 병법가인 한비자는 “천 길이나 되는 제방도 개미구멍 때문에 무너지고, 백 척이나 되는 집도 굴뚝 틈새의 불씨로 잿더미가 된다”라는 말을 남겼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한미 간 인식 차가 존재한다’고 인정한 만큼 정 장관 논란이 한미관계 제방에 작은 개미구멍을 만들고 있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의 핵 보유 저지를 위해 미국의 명운을 걸고 전쟁을 하고 있다. 미국 정부 입장에서 정 장관의 ‘북한 구성 핵시설’에 대한 언급은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2차 정상회담을 가졌다. 당시 김 국무위원장은 국제사회에 알려진 영변 핵시설 폐기 쇼를 카드로 북에 대한 경제 제재를 해제할 것을 기대하고 있었다. 영변 시설 해체와 대북 제재 폐기를 한꺼번에 해결하길 기대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영변 핵시설 외에 희천, 강선 등 북 측 다른 지역에서 진행되고 있던 우라늄농축시설에 대해 짚었다. 이어 영변을 포함한 북한 모든 지역에서 운영되고 있는 핵시설의 가동 중단, ‘완전한 비핵화(CVID)’를 요구했다.
북 측은 다른 지역의 핵시설에 대한 문제 제기로 당황했고, 하노이회담을 성과 없이 끝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정부가 갖고 있던 핵시설 자료를 활용해 미국을 속이려는 북 측의 기만 외교를 제압했다.
하노이회담 때 트럼프가 언급한 희천, 강선 등 북한 지역의 핵시설들은 2011년 이후 미국의 오프소스(공개 자료)에서 이미 수차례 언급된 바 있다. 당시 국방연구원 북핵전문가로 활동한 필자도 그 사실에 대해 알고 있다.
북핵 전문가들이 연구논문을 통해, 그리고 기자들이 기사로 전하는 내용은 당국자의 말과는 의미가 다를 수 있다. 학자들의 진단과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피력하는 것도 정치군사적으로 의미가 달랐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거론했을 때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놀랐고, 빈손으로 평양으로 돌아가야 했다. 트럼프가 언급할 내용을 회담을 준비한 북 측 당국자들이 몰랐던 것이다.
구성 핵시설 문제를 오픈소스에서 전문가들과 기자들이 언급한 사실이 있다는 주장, 정보 교류 차원에서 미국이 제공한 내용에 근거한 주장이 아니라는 정 장관의 이야기도 사실일 수 있다. 그러나 통일부 장관이라는 자리의 무게를 생각하면 그의 말은 일반학자의 주의주장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중동, 중남미 등 세계 도처에서 나타나는 각자도생의 터널 속에서 우리의 생존병법을 꺼내들 때 한미동맹은 단연 중요한 전략이다. 더불어 동맹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관리하는 것이 정부의 책임이다.
[백승주 교수 약력]
現 국민대 석좌교수
前 국방부 차관
국회의원
전쟁기념사업회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