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10일 (0)
한국 관광, AI를 제대로 못 쓰는 이유 [이재환 박사의 k-컬처 & 관광⑩]

한국 관광, AI를 제대로 못 쓰는 이유 [이재환 박사의 k-컬처 & 관광⑩]

승인 2026-05-04 13:00:04

올해 3월, 미국의 오픈AI가 ChatGPT 결제 기능을 포기했다. 그 순간 온라인 여행사인 부킹홀딩스와 익스피디아의 주가가 폭등했다. 시장은 1초도 망설이지 않았다. 이 찰나의 장면 하나가 AI 시대 관광산업의 권력 구조를 압축적으로 설명한다. 

사람들은 여행 일정을 짤 때 AI에게 묻는다. 하지만 신용카드를 꺼내는 순간, 손은 여전히 검증된 OTA(온라인 여행 플랫폼)를 향한다. 구글의 여행 부문 Industry Head인 Jay Chauhan은 여행자의 의사결정 구조가 AI 탐색 → 검색 검증 → 예약 전환으로 재편되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탐색은 AI가 지배하고, 신뢰와 결제는 기존 플랫폼이 쥐고 있다. 이 분기점을 읽지 못하면 관광 전략은 시작부터 틀린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 공공 관광은 지금 어디 서 있는가. 일각에선 ‘구글 정밀지도 반입 논의로 코너에 몰린 네이버가 위기 탈출을 위해 공공기관 관광 데이터 협업에 매달릴 것’이란 얘기가 돈다. 이는 오판이다. 플랫폼이 생존 경쟁에서 필요한 것은 수익화가 가능한 상업 데이터다. 경직된 공공기관의 하향식 데이터가 아니다. 기업이 공공의 곁으로 알아서 온다는 기대는 비가 내리기만을 기다리는 ‘천수답 농사’와 다를 게 없다.  

우리는 여행객이 어디에서 유입되고 또 어디에서 지갑을 여는지 추적하는 체계 없이 겉보기에 화려한 AI 챗봇만 올려놓고 있다. 기초 공사 없는 모래성 위에 기와지붕을 얹는 꼴이다. 데이터가 부실하니 AI는 엉터리 정보를 내고, 그걸 바탕으로 정책을 결정하는 이들은 잘못된 판단을 이어가고 있다. 

AI가 글씨가 아닌 사진을 읽고 있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호텔 설명에 ‘swim-up bar’라는 단어가 없어도, 사진에 찍혀 있으면 AI가 인식해 추천한다. 검색의 무게 중심이 키워드에서 시각 정보(Visual Intelligence)로 넘어간 것이다. 그러나 한국 공공 관광 콘텐츠의 상당수는 여전히 연출된 홍보 이미지에 머물고 있다. 여행자가 스마트폰으로 찍어 올린 날것의 사진 한 장이 수천만 원짜리 공식 영상 10편보다 AI 검색에서 강하게 작동한다는 사실을 현장은 아직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FIT 행동 데이터·카드 소비·리뷰를 통합하는 관광 데이터 파이프라인 구축과 함께 홍보용 연출 사진을 AI가 해석 가능한 비주얼 데이터로 전환하는 작업. 한국의 식당·숙소·체험장이 글로벌 OTA 시스템에 연결될 수 있도록 공공이 다리를 놓는 일이 필요하다. 

반면 구글과 부킹홀딩스의 AI 기술력을 직접 따라잡겠다는 욕심은 접는 게 낫다. 대신 글로벌 AI가 반드시 필요로 하는 한국 특화 로컬 데이터의 공급자로 자리 잡는 게 훨씬 영리한 포지셔닝이다. Chauhan은 완벽한 전략을 기다리지 말고 일단 실행하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지금 한국 공공 관광에 더 절실한 말은 따로 있다. 일단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혁신은 언제나 냉혹한 자기 객관화에서 출발한다. 항상 그래왔다.


[이재환 박사 약력]

현 고양시 문화재단 선임직이사
현 강남구 관광진흥자문위원회 위원
현 한국뷰티문화관광협회 고문
현 현대아이티 고문 

전 한국관광공사 부사장
전 경기도청 도지사 경제특별보좌관
전 서울시립대학교 겸임교수 
전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객원교수
전 KT 경제경영연구소 연구위원
전 사단법인 한국창업진흥협회 초대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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