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제 원료나 플라스틱 첨가제 같은 화학물질 등록 과정에서 기업간 비용 갈등으로 제조나 수입이 지연되는 사례가 이어지자, 정부가 분쟁 조정에 직접 나선다. 기업들이 등록된 화학물질을 사용하려면 시험자료 사용료와 시험비 등을 나눠 부담해야 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12일부터 화학물질 등록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업 간 분쟁을 조정하는 제도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현행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에 따르면 기존화학물질을 등록하려는 기업들은 협의체를 구성해 독성·유해성 등 등록신청자료를 공동으로 확보·제출해야 한다. 이미 등록된 물질을 뒤늦게 등록하는 기업도 기존 시험자료 소유자의 사용 동의를 받아 자료를 활용할 수 있다.
이는 같은 화학물질에 대해 동물시험 등을 반복하는 비효율을 줄이고 비용 부담을 낮추기 위한 취지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시험자료 생산 비용을 어떻게 나눌지, 후발 등록기업이 얼마를 내고 자료를 사용할지를 두고 갈등이 반복돼 왔다.
예컨대 A기업이 세제 원료 독성시험에 수억원을 들여 먼저 등록을 마쳤더라도, 뒤늦게 같은 원료를 수입하려는 다른 업체와 자료 사용료 협상이 틀어질 경우 등록 절차 자체가 지연될 수 있다. 이 경우 세제, 플라스틱, 포장재 등 생활제품 생산 일정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기후부는 이번 제도가 최근 중동 정세 불안 등에 따른 공급망 대응책과는 별개라는 입장이다. 이미 지난 4월 중동발 수급 위기 물질 대응 제도를 별도로 마련했다.
실제 기업들은 중동 사태 전부터 간담회 등을 통해 협의체 운영 과정에서 비용 협상이 원활하지 않다는 어려움을 꾸준히 호소해 왔다. 기후부는 이런 의견을 반영해 법률에 분쟁 조정 제도를 담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정부는 비용분담 및 비용계상 원칙을 법률에 담고, 분쟁이 발생하면 정부가 조정안을 권고하는 절차를 마련했다. 기업이 화학물질정보처리시스템을 통해 조정을 신청하면 정부는 유사 사례와 당사자 의견 등을 검토해 권고안을 제시하게 된다.
조정이 불발되더라도 후발 등록기업은 ‘등록신청자료 제출유예’를 신청할 수 있다. 제출유예가 승인되면 자료를 당장 제출하지 않아도 우선 등록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이후 비용 협의를 이어가게 된다.
정부는 궁극적으로 이런 제도가 시중에 유통되는 화학물질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들이 등록 절차를 원활하게 이행하도록 지원해 유해성 정보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조현수 기후부 환경보건국장은 “분쟁 조정 제도는 기업 간 비용 분담 갈등으로 화학물질 등록이 지연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식 조정 창구”라며 “화학물질의 유해성 정보를 충실히 확보하면서도 산업계가 합리적인 비용과 절차로 제도를 이행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세종=김태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