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12일 (2)
법원, 중대재해치사상 양형기준 만든다…‘솜방망이 처벌’ 논란 속 논의 착수

법원, 중대재해치사상 양형기준 만든다…‘솜방망이 처벌’ 논란 속 논의 착수

‘아리셀 참사’ 항소심 감형 논란…“중대재해처벌법 무력화”
응급의료·구조·구급 방해 범죄 양형기준 범위도 심의

승인 2026-05-11 20:46:58
법원. 쿠키뉴스 자료사진
법원. 쿠키뉴스 자료사진

사법부가 노동자를 숨지게 하거나 다치게 한 사업주·경영책임자 처벌과 관련해 중대산업재해치사상 범죄의 양형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 최근 ‘아리셀 참사’ 항소심 감형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중대재해 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단 기준이 구체화될지 주목된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1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에서 제145차 전체회의를 열고 ‘과실치사상·산업안전보건범죄 양형기준’의 설정 범위와 유형 분류에 대한 수정안을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수정안에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중대산업재해치사, 중대산업재해치상, 재범 시 가중처벌 조항을 양형기준 설정 범위에 새로 포함하는 내용이 담겼다. 현재 이들 범죄는 법정형만 정해져 있다. 양형기준이 마련되면 법관이 관련 형사재판에서 형량을 정할 때 참고할 수 있는 기준이 생긴다.

중대산업재해치사는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해 노동자 1명 이상을 숨지게 한 경우 적용된다. 법정형은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이다. 징역형과 벌금형을 함께 선고할 수도 있다.

중대산업재해치상은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하거나, 급성중독 등 질병자가 1년 이내 3명 이상 나온 경우 적용된다. 법정형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이다. 중대산업재해치사·치상죄로 확정판결을 받은 뒤 5년 이내 다시 같은 범죄를 저지르면 각 법정형의 2분의 1까지 가중 처벌할 수 있다.

다만 이번 양형기준 설정 대상에서 법인·기관을 처벌하는 양벌규정과 중대시민재해치사상 조항은 제외됐다. 구체적인 형량 범위와 감경·가중 요소 등은 향후 논의될 예정이다.





지난해 6월24일 경기도 화성시 아리셀 화재 사고 현장에서 열린 아리셀 참사 1주기 현장 추모 위령제에 파란 리본 모양의 꽃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6월24일 경기도 화성시 아리셀 화재 사고 현장에서 열린 아리셀 참사 1주기 현장 추모 위령제에 파란 리본 모양의 꽃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이번 결정은 아리셀 참사 항소심 감형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나왔다. 수원고법 형사1부는 지난달 22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박순관 아리셀 대표의 항소심에서 1심 징역 15년을 징역 4년으로 감형했다.

박 대표는 지난 2024년 6월24일 경기 화성시 아리셀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23명이 숨진 참사와 관련해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어긴 혐의를 받는다. 감형 이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아리셀중대재해참사대책위원회는 “중대재해처벌법을 무력화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양형위는 이날 응급의료·구조·구급 방해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 설정 범위도 함께 심의했다. 대상에는 응급실에서 의사나 간호사 등을 폭행해 다치게 하거나 숨지게 한 경우를 처벌하는 응급의료법 위반죄가 포함됐다. 소방대원이나 구급대원의 구조·구급 활동을 방해하는 소방기본법 위반죄, 119구조·구급에 관한 법률 위반죄도 포함됐다.

양형위는 구체적인 기준을 보호대상, 구성요건, 행위 유형, 법정형 등을 고려해 △응급의료종사자 폭행 등 △응급의료 방해 등 △구조·구급 방해 행위 등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누기로 했다. 각 유형별 감경·가중 범위는 추후 정해진다.

기존 명칭은 ‘응급의료·구조·구급 범죄’였지만, 범죄 성격을 보다 분명히 하기 위해 ‘방해’를 포함한 명칭을 쓰기로 했다. 양형 기준은 효력이 발생한 뒤 공소가 제기된 사건부터 적용된다. 법적 구속력은 없는 권고 기준이지만, 법원이 양형 기준에서 벗어난 판결을 할 경우 판결문에 그 이유를 적어야 해 실질적 영향력이 크다.

양형위는 다음 달 22일 제146차 전체회의를 열고 교통 범죄와 대부업법·채권추심법 위반 범죄의 양형기준 설정 범위, 유형 분류 등을 심의할 예정이다.
신대현 기자
신속하고 정확한 기사를 전하고자 합니다.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추천해요
    0
  • 슬퍼요
    슬퍼요
    0
  • 화나요
    화나요
    0

쿠키오리지널

전체보기

쿠키피드

전체보기

슥- 넘겨 보는 세상 이야기, 기자의 솔직한 코멘터리까지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