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악프다 2는 영화 속 의상을 단순한 볼거리나 패션 판타지에 그치지 않고, 실제 2026년 패션 시장과 맞닿아 있는 스타일 코드로 풀어낸다. 동시에 이번 작품은 화려한 명품과 런웨이 자체보다, 디지털 플랫폼과 브랜드 자본 중심으로 재편된 패션업계 현실에 한층 더 무게를 두며 달라진 산업 구조와 권력 이동을 선명하게 비춘다.
특히 작품 전반에 등장하는 룩들은 과장된 하이패션 판타지보다는 현실에서 바로 소비될 수 있는 럭셔리 오피스웨어에 가까운 분위기를 띤다. 1편이 화려하고 극적인 스타일링 자체의 패션 판타지를 보여줬다면, 속편은 보다 현실적인 테일러링과 실용적 럭셔리 스타일에 무게를 두며 최근 패션업계 흐름을 반영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악프다 2 속 눈길을 사로잡은 패션과 올해 트렌드, 그리고 그 뒤에서 달라져 온 패션업계의 흐름과 산업 구조를 함께 짚어봤다.

영화 속 주요 스타일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수트, 스커트 룩, 이브닝웨어. 미란다 프리슬리 캐릭터의 경우 기존처럼 절대적인 카리스마를 유지하면서도, 과거보다 부드럽고 현대적인 실루엣이 강조됐다. 영화 속 의상이 감상용 하이패션보다 실제 구매 가능한 럭셔리 스타일에 훨씬 가까워졌다는 점도 흥미롭다.
회색과 차콜 계열의 테일러드 수트, 허리를 강조한 재킷, 긴 코트 스타일 등이 대표적이다. 영화 속 ‘런웨이’의 실제 모델로 알려진 패션 매거진 ‘보그’는 과거의 날카로운 ‘권위형 럭셔리’에서 한층 절제되고 세련된 방향으로 이동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과장된 로고 플레이보다 소재와 재단 자체로 고급스러움을 드러내는 최근 럭셔리 시장 흐름과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
우리도 입을 수 있어, 올드머니룩
앤디의 스타일 변화도 중요한 포인트로 짚었다. 1편 속 앤디가 패션업계에 적응해 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변신 서사’ 중심이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이미 업계 경험을 가진 커리어우먼의 현실적인 오피스룩에 가깝게 그려진다는 분석이다.
실크 블라우스와 미디 스커트, 오버사이즈 코트, 로우힐 등을 활용한 스타일링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데, 보그는 이를 두고 최근 럭셔리 업계에서 강세를 보이는 ‘콰이어트 럭셔리(Quiet Luxury)’와 ‘워크코어(Workcore)’ 흐름을 반영한 사례기도 하다.
영화 후반부에 등장하는 이브닝웨어 역시 단순 레드카펫 드레스보다는 절제된 고급스러움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평가다. 과거처럼 강렬한 컬러와 장식 중심이 아니라, 블랙·아이보리·메탈릭 계열의 소재감과 실루엣을 활용해 우아함을 강조하는 방식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보그는 이런 스타일 변화가 최근 럭셔리 브랜드들이 보여주는 방향성과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아크네 스튜디오와 돌체앤 가바나 등 주요 브랜드들은 이번 26 SS 시즌 컬렉션에서 코르셋 디테일을 핵심 스타일 요소로 활용했다. 단순히 허리를 조이는 전통적인 형태가 아니라, 재킷이나 셔츠 위에 레이어드하거나 드레스 구조 일부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방식이 많아졌다는 점이 특징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최근 럭셔리 시장의 흐름과도 연결해 해석한다. 로고와 장식 중심의 과시적 소비보다 실루엣과 테일러링 자체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방향으로 트렌드가 이동하면서, 몸의 구조를 강조하는 코르셋 스타일 역시 다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영화 속 스타일링에서도 코르셋은 단순 복고 아이템이라기보다, 절제된 럭셔리와 구조적인 실루엣을 상징하는 장치처럼 활용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전작에 비해 의상을 보는 재미가 다소 줄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1편이 화려하고 과감한 하이패션 스타일링 자체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면, 이번 작품은 보다 현실적인 럭셔리 오피스웨어에 가까운 스타일링에 무게를 둔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앤디의 착장은 극적인 변신 서사보다는 커리어우먼의 일상적인 테일러링 스타일에 초점이 맞춰졌다. 과장된 로고 플레이나 강한 색감 대신 재킷 실루엣과 소재감을 강조하는 연출이 반복되면서, 일부 관객들에게는 상대적으로 임팩트가 약하게 느껴졌다는 반응도 나온다.
반면 영화는 최근 패션업계를 관통하는 ‘조용한 럭셔리(Quiet Luxury)’ 흐름을 적극적으로 반영한다. 작품 안에서는 “속삭이는 럭셔리”라는 표현까지 등장할 정도로, 부를 드러내기보다 절제된 방식으로 고급스러움을 표현하는 스타일이 반복적으로 강조된다. 나이젤 캐릭터가 관련 철학을 직접 언급하는 장면은 물론, 플래그십 스토어 오픈을 준비하는 에밀리 역시 브랜드의 방향성을 설명하며 같은 메시지를 드러낸다. 업계에서는 이를 최근 몇 년간 이어지고 있는 ‘올드머니 룩’과 미니멀 테일러링 중심 트렌드의 연장선으로 해석하고 있다.
매거진 위기·디지털 전환 등 업계 현실 담아
이처럼 악프다 2는 화려한 착장과 패션 판타지 자체보다, 급변한 패션 산업 구조와 권력 이동에 한층 더 무게를 둔다. 1편이 럭셔리 의상과 매거진 중심의 화려한 패션 세계를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면, 속편은 디지털 전환과 브랜드 권력 변화, 매거진 산업의 위기 등 현재 패션업계가 마주한 현실을 보다 전면에 내세운다.
특히 영화는 플랫폼 중심 소비 구조와 디지털 콘텐츠 환경 변화 속에서 약화된 패션 매거진의 영향력을 반복적으로 비춘다. 과거에는 편집장이 트렌드를 결정하고 브랜드가 이를 따라가는 구조였다면, 이제는 브랜드 자본과 SNS, 데이터 기반 소비 흐름이 패션 산업을 움직이는 시대가 됐다는 메시지가 작품 전반에 깔려 있다.
2006년 개봉한 1편이 패션 매거진 편집장을 중심으로 움직이던 ‘패션 권력의 시대’를 보여줬다면, 속편은 완전히 달라진 업계 지형을 비춘다. 영국 가디언은 이번 작품을 두고 “패션업계의 게이트키퍼 시대가 끝났음을 보여주는 영화”라고 평가했다.
과거에는 소수 편집장과 매거진이 트렌드를 결정했다면, 지금은 인플루언서와 SNS, 광고주, 브랜드 자본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영화 속 런웨이(Runway) 매거진 역시 인쇄매체 쇠퇴와 디지털 전환 압박 속에서 흔들리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특히 에밀리 캐릭터가 매거진이 아닌 럭셔리 브랜드 임원으로 이동한 설정은, 패션 산업의 중심축이 ‘콘텐츠 편집 권력’에서 ‘브랜드와 자본’으로 이동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해석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