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옷’인 줄 알았는데…라벨은 왜 사라졌을까

‘한국산 옷’인 줄 알았는데…라벨은 왜 사라졌을까

승인 2026-05-05 06:00:08 수정 2026-05-08 03:52:27
‘한국산 옷’인 줄 알았는데…라벨은 왜 사라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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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기사 읽기 정보
분량 약 4분
취재방법 업계 인터뷰, 법·제도 분석, 전문가 인터뷰
주제 수입 의류 원산지 은폐가 관광객 대상 시장의 신뢰를 흔들고 있습니다
주의사항 현장 사례와 인터뷰를 바탕으로 한 보도인 만큼, 전체 유통 규모는 추가 확인이 필요합니다.
관전포인트 라벨 제거 관행과 정부 단속, 소비자 신뢰 훼손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중심으로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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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벨갈이 업체가 중국 원산지를 제거해 제품을 옷 매장 등에 유통하고 있다. 독자 제공
라벨갈이 업체가 중국 원산지를 제거해 제품을 옷 매장 등에 유통하고 있다. 독자 제공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는 가운데 수입 의류의 원산지를 숨긴 채 국내 제품처럼 판매하는 ‘라벨갈이’가 여전히 현장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눈속임’ 유통이 이어지면서 한국 패션 산업에 대한 신뢰와 이미지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라벨 제거 작업을 수행하는 업체 관계자 A씨는 4일 쿠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에서 생산된 의류를 국내로 들여온 뒤 원산지 라벨을 제거해 매장에 공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작업 방식은 단순하다. 옷에 부착된 원산지 표시를 잘라내거나, 제거가 어려운 경우 라벨 자체를 완전히 뜯어낸 뒤 유통하는 식이다. A씨는 “라벨을 제거한 의류는 동대문 인근 의류 매장 등에 납품된다”고 설명했다.

관광객 증가 속 ‘눈속임 유통’ 확산 우려

이 같은 행위는 외국인 관광객 증가 흐름과 맞물리며 파장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약 476만명으로 1분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이 중 중국인 관광객(145만명)은 전년 동기 대비 29% 늘어나며 최고 수치를 기록했다. 특히 중국 노동절을 맞아 5월 1일부터 5월 5일까지 10만~11만명이 한국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되며 관광 소비 시장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정부는 중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크루즈 관광, 지역 연계 상품 강화 등 체류 기간과 소비를 늘리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의류의 원산지를 허위로 표시해 판매하는 일명 ‘라벨갈이’ 행위가 지속될 경우 관광객 대상 의류 시장 전반의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라벨갈이 업체가 중국 원산지를 제거해 제품을 옷 매장 등에 유통하고 있다. 독자 제공
라벨갈이 업체가 중국 원산지를 제거해 제품을 옷 매장 등에 유통하고 있다. 독자 제공

현장에서는 일부 소비자들이 제품의 생산 국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점이 유통 과정에서 활용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A씨는 “일부 소비자들이 ‘메이드 인 차이나’ 표시가 있는 제품을 선호하지 않는 경향이 있어 라벨을 제거하는 방식이 활용된다”고 말했다.

라벨갈이 문제는 최근에 등장한 새로운 유형이 아니다. 2010년대부터 수입 의류의 원산지를 변경하거나 제거하는 사례가 꾸준히 적발돼 왔다. 2023년 공공조달 납품 사례와 2025년 온라인 판매 적발 사례 등으로 이어지며 반복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유사한 방식의 유통이 지속되고 있어, 불법 행위가 구조적으로 고착화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단속에도 한계…“유통 투명성 필요”

정부는 고물가와 내수 위축 등으로 국내 의류 산업이 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저가 수입 의류의 원산지를 거짓으로 표시하는 불법 행위가 지속되고 있는 점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 이에 라벨갈이 근절을 위한 관계 부처 합동 단속을 진행 중이다. 관세청은 공정거래위원회, 조달청, 경찰청, 서울특별시와 함께 라벨갈이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지난 2월 9일부터 이달 19일까지 100일간 범정부 합동 기획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단속 대상은 △외국산 의류의 국산 둔갑 여부 △공공조달 납품 과정의 원산지 위반 △원산지 허위 광고 등이다. 위반 행위 적발 시 최대 5년 이하 징역 또는 최대 1억원 이하 벌금 부과될 수 있다. 행정제재로는 최대 3000만원 이하의 과징금과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도 가능하다.

관세청 관계자는 “관세청은 라벨갈이와 관련해 현장 단속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라며 “해당 사안은 불법으로 특별단속을 벌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류 확산 속 신뢰 훼손 우려”

전문가들은 최근 K-콘텐츠의 글로벌 인기가 높아지면서 한국 패션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커진 상황에서, 라벨갈이와 같은 불법 유통이 산업 전반의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단순한 유통 질서 위반을 넘어 국가 이미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은하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중국 공장에 옷 디자인을 맡기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닌데, 이를 숨기면서 부정적 인식이 형성되는 점이 안타깝다”라며 “전문 업체들이 여전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단속만으로는 효과를 보기에 한계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판매 현장에서 ‘중국 생산·한국 디자인’과 같은 정보를 정확히 안내하는 교육이 필요하지 않을까”라며 “이와 함께 철저한 단속이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한국을 찾은 외국인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게 되는 부분으로 국가 이미지에도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라며 “단속을 강화해 불법 행위가 반드시 적발된다는 인식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정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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